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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운폴 속 히틀러의 상반신 스틸컷의 흑백 하프톤 이미지

다운폴

InSeat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철십자와 제국의 불씨’

2025년 3월 6일 목요일


'흥망성쇠'는 선조들이 남긴 그 모든 지혜 중에 세상의 이치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일 것이다. 그 이치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모든 대소사에 철저히 적용되는 잔인한 논리이다. 20세기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개인이 건설한 제국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운폴>에서는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전성기 나치 독일의 흔적이 완전히 부재하다. 그들이 건설한 제국의 크기는 줄고 줄어, 결국 그들의 신이 은거하고 있는 벙커의 크기만큼 작아지고 말았다. 이런저런 직책을 달고 회합을 이어가는 군 장교들과 그들의 총통에게는 더 이상 총명한 눈빛이나 자부심, 의욕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곳에는 오직 갈 곳을 잃고 공기 중에 비산하는 눅진한 침과 땀, 눈물만이 존재한다. 더 이상 제국이 나아갈 틈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이들은 서로 다른 형태의 망상에 사로잡혀 비좁은 공간을 누빈다.

그러나 오싹하게도 <다운폴>은 비단 '나치 독일의 몰락'이나 '히틀러 최후의 순간' 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는 몰락하는 제국일지언정 그들이 가졌던 강력한 믿음은 죽어서야 비로소 사라지는 것이라는 점을 진술한다. 그 최후가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문제는 이들이 20세기의 잔혹사를 통해 보여준 그 믿음의 불씨라는 것이 히틀러와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들만이 아닌, 오늘날의 개인 그 누구나 다시 지필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인류의 앞날에 섬뜩한 경고로 다가온다.

어리석게도 최근의 우리는 100년도 지나지 않은 이 역사를 다시금 답습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이 가져온 참상과 그릇된 믿음, 인간적 결함들이 모이고 모여 저물어 간 생명을 그 짧은 새에 망각한 것 같다. '너'는 없고 '나'만이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허튼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은 명백히 다가올 미래를 되돌아보자. 물론, 그들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